[기독교 톺아보기15] 보험 끊기 해석/View 2012.01.26 15:45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외곬 신앙의 급진성을 보여준다. 그녀는 자신이 거짓말을 하면, 딸이 저주를 받는다고 믿는다. 합리적인 신앙인은 당연히 그 믿음이 잘못됐다고 말할 것이다. 맞다. 하나님은 그런 분이 아니다. 거짓은 거짓이고 딸은 딸이다. 

하지만 정말 그러한가? 그렇지 않다. 딸과 거짓은 별개일 수 없다. 거짓은 사회를 구성하는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짓을 마치 제거할 수 있는 무엇인 것처럼 말해서는 안 된다. '거짓이 없는 사회' 혹은 '정직한 사회'는 모순이다. 만약 거짓이 없다면 사회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일상적 관계에서 빈말을 금지하고 진실만을 허용한다고 생각해보자. 관계는 지옥으로 변할 것이다. 가령 남편이 아내에게 자신의 외도 사실을 이실직고한 상황을 보자. 아내의 분노는 우리가 생각하듯 남편이 외도했다는 사실 그 자체에 있지 않다. 그녀는 왜 외도한 사실을 숨기지 않고 고백했냐며 절규할 것이다. 

따라서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은 특정 상황과 조건에서 그 사회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 (이것은 '정직한 사회를 만들자'는 캠페인과 구분돼야 한다.) 그리고 영화에서 그녀가 거짓말을 거부한 것은 그런 결과를 낳았다. 따라서 거짓 증언하지 말라는 성경의 말씀을 도덕 교훈처럼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 거짓은 사회를 유지시키는 저주가 맞다. 그녀의 거짓은 딸에게 저주가 될 것이다. 

나는 최근에 고민이 생겼다. 그것은 다름 아닌 보험이다. 물론 나는 보험을 들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없다. 하지만 아버지가 꽤 괜찮은 보험을 2년 전에 들어줬다. 이제 곧 경제활동을 시작하면 보험을 가져와야 한다. 물론 보험을 들 여유조차 없는 분들에게 이런 고민은 너무 사치스럽다. 하지만 단순히 경제문제가 아니다. 부모와의 관계가 걸려있다. 일단 보험을 해약하는 게 어렵다. 아버지가 자식을 생각해서 들어준 보험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건 단지 보험을 해약하는 게 아니다. 부모의 자식 사랑을 무시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리고 경제적 능력이 떨어지는 내가 만약 사고라도 당하게 될 경우 부모의 비난이 두렵다. 차마 부모님께 손 벌릴 염치가 없다. 

나는 내일 일을 염려하지 말라는 말씀이 보험에 적용돼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보험이 미래의 불안을 상당히 해결해준다는 점에서 두 주인을 섬기지 말라는 말씀에도 위배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얘기를 하면 '자동차 보험'이나 '4대 보험'은 뭐냐? 혹은 기도만 하고 살 수는 없지 않냐? 그건 너무 무책임하다 등의 퉁명스러운 반론을 자동적으로 듣게 된다. 이건 내 내면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이 세상을 떠나서 살 수 없지 않는가?" 

나는 조만간 교회 공동체에 '보험'과 관련한 기도제목을 내놓을 생각이다. 내게 있어서 이건 독립을 의미한다. 이제는 내 인생을 살아갈 것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교회와 한몸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건 더이상 부모에게 덕볼 생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혹여나 사고가 나서 부모의 비난을 듣더라도 감수하겠다는 것이며, 도움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부모의 욕망과 도움으로부터 Exodos하겠다는 거다. 그리고 광야에서 이스라엘 공동체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단지 한 개인이 보험을 들지 않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십계명이라는 전혀 다른 삶의 원리를 받았던 것처럼, 우리 교회도 그러해야 한다. 교인 전체가 보험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교회는 하나님을 섬기는 자로서 새로운 삶의 원리를 열어가야 한다. 반드시 초대 교회의 모습 그대로를 재현할 필요는 없다. 우리의 현실에서 그 원리가 드러나면 된다. 나는 이것이 작은 교회가 할 수 있는 공동체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교회에 목사가 없고 건물이 없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삼성화재가 창립 60주년을 맞아 고객 중심의 서비스 브랜드 '내 일처럼'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고객의 일을 내 일처럼 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씀을 응용한 슬로건이다. 삼성이 교회를 대체하고 있다. 보험을 해약하는 행위는 적지않은 의미를 지닌다. 그녀가 거짓말을 거부한 것처럼 말이다.

                                                 삼성화재 서비스 브랜드 '내 일처럼' 
 


  • 이바구™ - | 2012.01.26 16:28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사회에 대하여 너무 좁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저는 모태신앙으로서 보험을 취급하고 있는 사람인데 제가 님의 시각으로 본다면 공공의 적이 될 수도 있겠네요.
    성경에도 미래를 대비하라는 구절이 있는데 님의 시각대로 한다면 세상에서 끊어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음식으로부터 인간관계 등등 차라리 지구 밖에 나가 살아야 할 정도입니다.
    복음시대에 맞게 취사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할 듯 합니다.

  • 에디공 | 2012.01.29 20:50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의견 감사합니다. 보험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저의 생각이 너무 단순해 보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저의 시각에 따르면 세상에서 끊어야 할 것이 너무 많아 보입니다. 제가 글에도 썼듯이 "이 세상을 떠나서 살 수는 없지않나?"라는 억한 반문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보험이 어떤 식으로 믿는 자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그 근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많은 부분에서 보험은 미래의 염려와 연결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성경에도 '미래를 대비하라'는 말씀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어떤 맥락에서 어떤 뜻인지 보아야 할 거 같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미래를 대비하라는 것이 보험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사실, 저는 제 입장을 보험에 종사하는 분에게 강요할 생각이 없습니다. 제게 주어진 고민을 할 뿐이지, 님을 공공의 적으로 몰아갈 생각도 없습니다. 다만 궁금합니다. 보험을 하는 입장에서 하나님을 믿는 신앙과 아무런 갈등이 없는지 말입니다.

    보험 일반이나 음식 일반, 인간관계 일반에 대해 추상적으로 자기 입장을 갖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제게 주어진 고민을 하나님 안에서 성실하게 하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제가 하는 말을 너무 확장해서 생각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보험에 한정해서 신앙인으로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아임해피 | 2013.01.11 17:49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보험들었던 것 중에 하나가 고민이었는데 이글 보고 결국 해약했습니다.

    • 에디공 | 2013.01.15 21:56 신고 | PERMALINK | EDIT/DEL

      어려운 결정하셨네요. 아임해피님의 미래에 주님께서 늘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어려운 시기에 함께 할 공동체에도 주님의 은혜가 있길.

  • 샬롬 | 2013.07.13 15:29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절대 악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문제는 보험이라는 것이 하나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늘 고민하던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의료보험의 시초인 청십자의료보험의 경우, 공동체내에서 서로 돕는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 던 것을 보면 보험의 공동체 내에서 잘 활용될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 에디공 | 2013.07.14 21:05 신고 | PERMALINK | EDIT/DEL

      네, 이 글은 좀 거칠게 구분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험의 사례들을 살펴보며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thewarsjjk | 2014.03.21 16:39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도 제 개인보험을 들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이들도 보험을 들고 있지 않구요

    보험의 광고와 영업이 이야기 하듯 불안의 힘으로 판매하는 느낌이 강합니다

    (세상 모든 일이 마찬가지라 이거 하나는 사실 아주 작은 한 부분일 뿐이지요)

    그러나 저도 아내가 암에 걸린적이 있어서 아내의 보험은 해지를 못하고 있네요

    다시 보험을 가입하기가 힘들거든요

    사실 국가에서 관리하는 의료보험은 국가적 차원에서 의료체계의 기본적인 구조에 속한것이라

    거부한다는 것은 모든 국가적 의료기관의 시스템을 거부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구요

    보험을 들고 안들고를 떠나서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하나님을 그리 의지하지 않는 자신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답니다

    오늘 첫째 아이을 입원을 시키게 됐는데 역시나 무조권 1인실을 거쳐서 가야하네요

    하루에 27만원이랍니다 이럴때면 보험 생각이 절실해지지요

    오늘도 한명의 가장이며 한명의 그리스도인으로서 이땅에서 수많은 고민들을 하게 되네요 ^^;;

    • 에디공 | 2014.03.25 16:33 신고 | PERMALINK | EDIT/DEL

      귀한 의견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보험을 들고 안 들고를 떠나 (그리고 그것이 불신앙인지 아닌지를 떠나), 보험은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과 거리가 있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의 의료비 보장률이 60%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의료비는 가계의 실질적인 위협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가난한 자들에게 고액의 의료비는 삶의 기초를 흔들리게 하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요즘 저는 보험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쓴 지 2년이 지나서야 교회에서 '공동체적 의료 대책 마련'에 대해 논의가 시작됐거든요. 조만간 보험을 대체하는 '공동체적 고통 분담'에 관한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신앙인으로서의 해법과 잘 풀리지 않는 고민을 담으려고 합니다. 그때도 읽어주시고 의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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