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평] 소사이어티 게임 - 적대가 사라진 두 사회의 몰락 향유/Media 2016.12.07 17:36

만약에 살아갈 사회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사회를 선택할까. TVN <소사이어티 게임>은 리더십의 성격이 다른 두 개의 사회를 제시한다. ‘강인한 리더가 하나의 의견으로 이끄는 사회’인 마동과 ‘합리적 대중이 협의된 결정으로 만드는 사회’인 높동이 그것이다. 





마동은 반란을 통해서만 리더를 바꿀 수 있다. 만약에 반란이 일어나지 않거나 과반의 동의를 얻지 못해 반란이 실패하면 한 명의 리더가 독재할 수 있는 사회이다. 반면에 높동은 매일 투표를 통해 리더를 바꾼다. 연임도 가능하지만 다수의 신임을 얻어야 한다. 22명의 참가자는 통제된 원형마을에서 두 사회로 나뉘어 챌린지 대결을 펼친다. 매일 진행되는 대결에서 승리한 팀은 1천만 원의 상금을 받고, 진 팀은 구성원 중 한 명을 떠나보내야 한다. 상금 분배권과 탈락자 선정권은 리더에게 달려있다. 대립된 두 사회의 최후는 각 사회의 최종 생존자 3인이 파이널 챌린지에서 대결을 펼치고, 여기서 이긴 팀이 지금까지 적립한 상금을 거머쥐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렇다면 어떤 사회가 생존과 우승에 유리할까. 


<소사이어티 게임>은 치열한 두뇌 싸움, 연합과 배신의 정치를 통해 인간의 민낯을 보여주며 화제를 모은 <더 지니어스> 정종연 PD가 기획한 프로그램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프로그램은 회를 거듭할수록 소수점 이하의 시청률로 가라앉는 중이다. 시청자들의 대체적 평가는 ‘출연자가 비호감이다’라는 것이다. 두 사회는 리더의 선출방식은 달랐지만 매력적인 리더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었다. 이는 ‘그놈이 그놈’인 현실 정치에 대한 대중의 무관심과 닮아있다. 대중의 정치 혐오와 무관심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셈해지지 않을 때 발생한다. 기존 질서로 인해 고통 받는 대중은 현 상황에 적대를 드러내지만 기성 정치인들은 그 적대를 억압하거나 무시한다. <소사이어티 게임>의 저조한 시청률은 적대를 억압하는 두 사회의 운영 방식에서 기인한다.



마동과 계파주의, 그리고 적대의 자연화


우선 마동은 적대를 자연화하는 행태를 보인다. 즉 내부의 적대를 외부 세력으로 전가하는 것이다. 그 시작은 내부의 분열이었다. 마동의 최초 리더는 이해성이었지만 시작부터 양상국이 반란을 일으켜 리더의 자리를 찬탈한다. 그리고 마동은 정확히 반란의 징을 친 6인(양상국파)과 반란의 징을 치지 않은 5인(이해성파)으로 나뉜다. 반란 성공 직후 양상국파에 속한 현경렬은 “나머지 5명을 떨어뜨리고 시작하자”고 주장한다. 최종 3인만이 파이널 진출권을 얻을 수 있는 조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계파의 문제로 전치/자연화한 것이다. 여기서 주민들의 실력은 중요하지 않다. 이해성파 주민들은 그 계파에 속했다는 이유만으로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양상국은 다시 한 번 적대를 팀 간의 갈등으로 전치/자연화함으로써 내부의 균열을 봉합한다. 양상국은 “(반란은) 누구의 잘잘못도 아니고 우리는 그래도 하나의 팀으로서 같이 잘해서 게임에 최선을 다하는 저희 마동이 됩시다"고 팀을 다독이며 높동과의 대결에서 한 팀으로서 승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발언은 이미 배제된 이해성파의 불만을 공적으로 억압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하나의 팀으로서 내부의 갈등을 억누른 양상국의 통치는 두 번의 승리에서 얻은 상금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그 기만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는 첫 상금 분배에서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주민 10인에게 정확히 100만 원씩을 골고루 분배했다. 그리고 두 번째 상금 분배에서는 그의 오른팔인 권아솔에게 상금을 포기하라고 지시한 후 역시나 나머지 주민에게 100만 원씩을 똑같이 분배했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자기 희생적 정치는 역겨운 것이었다. 이해성파에 속한 양지안이 ‘무섭다’, ‘짜증난다’고 반응한 것은 이 사태의 진실을 보여준다. 두 번의 상금 분배는 외양적으로 모든 구성원을 공정하게 대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이 이면에는 양상국파의 연맹은 절대 깨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공표한 것이었다. 





이러한 양상국의 리더십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그가 착한 ‘척’을 한다는 것이었다. 양상국이 보여준 위선의 정점은 팀이 패배한 후 한 명의 탈락자를 정해야 하는 때에, 가장 좋은 성적을 보여준 올리버 장을 선택한 순간이었다. 올리버 장은 원래 높동이었지만 주민 교환을 통해 마동으로 넘어온 인물이다. 그의 탈락은 오로지 높동에서 건너온 주민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는데, 양상국은 탈락자 선정 후 인터뷰에서 “그래도 팀을... 팀원을 선택했던 거 같습니다”고 술회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의 선택을 위선으로 보았고 그는 비호감 리더로 전락했다. 



높동과 평화주의, 그리고 적대의 비가시화 


높동은 적대를 비가시화하는 사회이다. 평화주의가 공적인 이데올로기가 되어 있는 이곳에서는 그 어떤 분열이나 편 가르기도 용납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디를 가나 눈치가 없는 인물은 있기 마련이다. 올리버 장은 누군가는 탈락해야 한다는 현실을 거칠게 드러냈다. 그는 높동의 첫 패배 후 리더 파로가 떨어져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했고, 두 번째 챌린지 게임에서 실수 연발로 팀 패배의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윤마초에 대해서도 탈락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올리버 장의 모습은 팀 내 적대를 드러낸 것이었지만 나머지 주민들에게는 “안에서 편을 가르는 것”(엠제이 킴), “분열이 일어나는 것”(황인선), “조직을 나누는, 민주주의적으로 안 좋은 것”(파로)으로 인식됐다. 결국 2, 3회 리더 선출에서 올리버 장이 리더로 지지한 홍사혁은 떨어졌고, 이를 견제한 윤마초와 나머지 주민들의 선택을 받은 김희준이 리더가 됐다. (하지만 김희준은 매력적인 리더가 아니었다. 그는 근거 없는 권력욕을 부리기 시작했고, 결국 이를 견제한 엠제이 킴에게 리더 자리를 빼앗긴다.) 




그나마 높동 내에서 실력과 사회성을 겸비하여 시청자들의 호감을 사던 엠제이 킴은 리더가 되면서 곧바로 비호감 캐릭터로 전락한다. 주민 교환에서 팀 내 구멍이었던 윤마초를 상대팀으로 보내야 하는 합리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실력은 있지만 팀의 분열을 불러오는 올리버 장을 상대팀으로 방출하는 선택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결국 상대팀으로 보내진 올리버 장은 바로 탈락했고, 엠제이 킴은 “두번 떨어뜨린 거 같아서 너무 미안했다”며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올리버 장의 탈락은 엠제이 킴이 내린 선택의 결과였다. 그는 주민 교환 과정에서 높동 주민들의 뜻을 물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독단적으로 올리버 장을 방출했었다. 이 사실을 모두 아는 시청자는 눈물 흘리는 그에게 비호감을 느꼈다. 


이렇듯 높동, 마동 할 것 없이 비호감 캐릭터로 점철된 <소사이어티 게임>의 모의 사회 실험은 적어도 전반부는 흥행 실패를 기록했다. 대중은 사회 구조의 균열에서 나타나는 적대를 외면하고 이를 착함과 평화주의로 적당히 봉합하려는 리더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조금 과격해 보이더라도 억압된 적대를 드러내고 언어화하는 리더를 대중은 기다리고 있다. 만약 <소사이어티 게임>에서 그런 리더가 등장할 수 있다면 후반부의 흥행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소사이어티 게임>이 많은 시청자에게 사랑받는 프로그램이 되길 소망한다. 


정재원 에디공 프로그래머, <복음과 상황> 16년 12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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