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평] 젝스키스가 우리에게 남긴 것 향유/Media 2016.06.01 22:41

“Oh~ LOVE 왜 이제서야 많이 외롭던 나를 찾아온 거야”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토토가 2>에 특별 출연한 젝스키스가 해체된 지 16년 만에 완전체로 대중 앞에 다시 섰다. 해체 후 연예계를 떠난 젝스키스 멤버 고지용을 포함하여 6명의 멤버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6,000여 명의 젝스키스 팬들은 4시간 전 공지된 공연 소식을 듣고 찾아와 상암 월드컵경기장을 노란 물결로 가득 메웠다. 안대를 쓰고 무대에 선 젝스키스는 자신들을 잊지 않고 찾아온 많은 팬을 보고 눈물을 흘렸고, 팬들과 시청자들 또한 추억 속 그 노래를  들으며 가슴 뭉클해 했다. 젝스키스 무대는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무한도전> 젝스키스 편은 무한도전 올해 최고의 시청률인 16.4%를 기록했고, 그에 힘입어 과거 히트곡인 <커플>, <폼생폼사>가 음원 차트에 진입했다. 그리고 젝스키스는 대형 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와 정식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꿈에 그리던 컴백 활동을 공식화했다.


젝스키스에 대한 열광은 ‘추억 팔이’ 일까 



사실 90년대 1세대 아이돌 그룹인 젝스키스의 컴백은 어느 정도는 예정된 시나리오였다. 젝스키스는 1990년대 추억을 소재로 대중적 성공을 이뤄낸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HOT와 더불어 당대 대중의 인기를 양분하던 대표적인 팬덤 문화의 아이콘으로 등장한 바 있다. 이후로도 <히든싱어>, <불후의 명곡>, <복면가왕>,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등 복고의 흐름을 반영한 프로그램들이 꾸준히 방영되면서 90년대의 추억은 오늘날 음악 예능프로그램의 대중적 텐츠로 자리매김했다. 6개 수정이라는 뜻을 지닌 젝스키스의 완전체 출연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계산된 기획물이었다.


이러한 복고 문화 현상은 대중의 높은 관심을 샀지만 비판의 대상이 된 것도 사실이다. 진보 매체에서는 이번 젝스키스 편을 두고 “뭉클하다고? 식상하다고!”(한겨레), “음악 예능...노스탤지어의 일상화”(경향) 등의 기고글을 통해 새로움 대신 안전하게 추억을 팔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의 세태를 비판했다. 이로사 TV칼럼니스트는 <경향> 칼럼에서 “노스탤지어가 이렇게 장기화․전면화된다는 것은 새롭고 고유한 것이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 현재를 반영한 것이다”고 꼬집었고, <한겨레>에 칼럼을 연재 중인 안인용 칼럼니스트는 “티브이가 이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전달하기보다 추억을 소환하며 감상에 빠지게 하는 데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실제로 90년대 유행하던 통 넓은 바지와 가죽 조끼를 입고 팔꿈치 보호대까지 착용한 그들의 모습은 영 없는 과거의 재연이었다. 그들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불렀던 ‘컴백’, ‘폼생폼사’, ‘커플’은 잊고 있던 우리의 옛 추억을 소환해 냈다.


하지만 젝스키스에 대한 대중의 열광을 단순히 과거의 추억을 소비하는 것으로 여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두 칼럼니스트는 공통적으로 과거는 새롭지 않거나 추억의 소환 정도로 여기며, 이를 새로움을 열어줄 현재와 대립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현재와 과거의 이분법적 대립은 새로운 것이 출현하는 방식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새로움은 오히려 과거에 배반당한 잠재성을 반복함으로써 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젝스키스는 3주간 방영된 <무한도전 -토토가 2>에서 그 생산적 반복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 방송에서 소환된 그들의 과거는 단지 의상과 노래만이 아니었다. 그들을 한 때 유명했던 과거의 사람으로 전락시킨 해체 이유도 함께 소환됐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젝스키스는 SM엔터테인먼트의 기업 육성 아이돌인 H.O.T 대항마로 대성기획(현 DSP미디어)이 급조하여 결성한 아이돌 그룹이었다. 당시에는 계약서도 없었고 정산 수익은 기획사 입맛대로 지급됐다. ‘믿음으로 활동하는 관계’를 지향했던 이호연 대표의 철학에 따른 조처였다. 하지만 이 대표의 믿음은 그리 신실하지 못했다. 인기 절정을 구가하던 젝스키스는 데뷔한 지 3년 1개월 만에 돌연 해체됐다. 음반 판매량이 예전만큼 안 나온다는 소속사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젝스키스 리더인 은지원은 “그런데 망한 수치가 50만 장이었다”며 회사에 대한 당시의 불만을 이번 방송에서 드러냈다. 젝스키스 멤버 이재진은 소속사의 해체 결정을 납득하지 못해 ‘잠적’으로 저항했지만 해체 발표를 1달 미뤘을 뿐 소속사의 뜻을 뒤집진 못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멤버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리고 16년 만에 6명의 멤버가 완전체를 이루었다. 이들은 과거 화려했던 스타 연예인의 모습이라기보다는 각자의 삶의 무게를 안고 사는 생활인에 가까워 보였다. 타도 대상이던 H.O.T 멤버인 토니안과 함께 기획사 일을 보고 있는 김재덕은 직장인의 모습을 하고 있고, 1인 기획사 시스템으로 연예활동을 이어가는 동시에 직접 식당을 운영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장수원은 자영업자의 삶을 살고 있다. ‘양현석의 처남’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이재진은 ‘얼마나 편하게 살겠어’라는 따가운 시선을 견디며 살고 있다. 고지용은 연예계를 완전히 떠나 사업가의 길을 걸어야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한 젝스키스는 단순 과거의 재생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들의 이번 무대는 소속사의 부당한 조치로 빼앗겼던 미래를 현재화한 무대로 이해해야 한다. 그들의 배신당한 과거의 잠재성을 꽃 피울 기회를 얻은 것이다. 젝스키스의 팬이 아닌 많은 시청자가 그들의 무대를 보며 가슴 뭉클해 했던 건, 아마도 이러한 사정 때문일 것이다. 


‘해 아래 새것이 없다’는 체념을 넘어


사실 ‘해 아래 새것은 없다’는 말은 솔로몬 시대에나 우리 시대에나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무한도전>의 유재석과 하하는 이미 HOT의 컴백을 암시하며 토토가 3를 예고했다. 그때가 되면 대중은 또 한 번 떠들썩하게 과거의 스타를 환호하며 그들의 무대에 가슴이 뭉클해질 것이고, 평론가들은 ‘이젠 정말 지겹다’며 신선한 기획을 보여주지 못하는 대중문화 현실을 개탄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반복된다. 아도르노가 말한 것처럼 문화산업은 본질적인 차이를 배제한 채 “소비자들을 분류하고 조직하고 장악하기 위한 차이”만을 만들어낼 뿐이다. 영악한 대중은  이러한 무한 반복 속에서 ‘해 아래 새것은 없다’는 체념에 빠진 채 주어진 추억 속으로 젖어 들려 할 것이다.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본질적인 새로움이 아니다. 문화산업은 앞으로도 몇 마디만 들어도 바로 짐작할 수 있는 그런 가벼운 노래를 재생산할 것이다. 오직 다른 반복을 읽어내는 주체적 개입을 통해서만 새로움이 도래할 수 있다. 



정재원 에디공 프로그래머, <복음과 상황> 16년 6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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