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평] ‘개저씨’ 박진영의 흥행 이면 향유/Media 2015.06.12 15:41


후줄근한 운동복을 입은 40대 아저씨가 헬스클럽에 들어선다. 그는 런닝머신을 뛰고 있는 젊은 여성의 옆으로 오더니 그녀의 몸을 노골적으로 훑어본다. 그러고는 대뜸 묻는다. “넌 허리가 몇이니? 힙은?” 누가 봐도 성희롱이다. 게다가 처음 보는 여성에게 반말로 성적인 질문을 하는 그의 모습은 ‘개저씨’(개와 아저씨를 합성한 말로 무례한 중년 남성을 일컫는 비속어)의 전형이다.


이 당황스러운 상황은 박진영의 신곡 〈어머님이 누구니〉 뮤직비디오의 첫 장면이다. 그 뒤로도 여성의 엉덩이에 집착하며 노골적으로 여성을 대상화하는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그의 노래는 발표와 동시에 주요 음원 차트의 정상을 석권했고, 뮤직비디오는 공개된 지 한 달 만에 1천만 뷰를 돌파했다. 대중은 박진영의 문제적 컴백 무대에 열렬히 환호하고 있다.


박진영을 향한 대중의 무의식, 자기계발 의지에의 환호


노골적으로 야한 노래는 과거에도 박진영의 전매특허나 다름없었다. 한때 그는 투명한 비닐 바지를 입은 채 무대에 올라 엘리베이터 안에서 사랑을 나누는 선정적인 남자였고, 섹스는 즐거운 게임과 같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인물이었다. 성에 대한 금기를 깨며 성 해방을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이미지를 얻었기에 그의 노래는 보수적인 사회를 비판하는 위험한 작업으로 종종 해석되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박진영의 이번 신곡을 박진영스럽다고 평가하며 그의 노래들의 연장선 위에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어머님이 누구니〉는 과거작들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어떤 사람은 한국사회에서 연예인이 자신의 욕망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 자체가 대중의 정서를 거스르는 위험한 시도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박진영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그러한 의견은 설득력을 잃는다. 한국은 남성의 성욕에 대한 관대함이 지나치게 큰 곳이다. 여성의 엉덩이에 대한 자신의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이유만으로 금기를 깬다고 설명할 수는 없다. 더 이상 대중들도 현재의 그를 개방적인 성 의식을 전파하는 연예인으로 바라보는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이번 신곡을 흥행하게 한 대중의 무의식은 무엇을 가리키고 있을까.


그가 이번 신곡을 발표한 곳은 자신이 심사위원으로 출연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였다. 불혹을 넘어선 나이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열정적인 노래와 춤을 선보인 그는 보는 이들을 환호하게 했다. 최고령 댄스 가수에 대한 시선을 의식한 듯 박진영은 60세까지 최고의 실력을 유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다시금 그의 철저한 자기관리가 인터넷 상에서 회자됐다. 


그가 3년 전에 토크쇼에 출연해 공개한 하루 계획을 보면 그 철저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데뷔 23년차 마흔네 살의 박진영은 아침 8시에 기상, 30분 동안 발성, 2시간 동안 운동, 철저한 식단 등을 20년이 넘게 거르지 않고 계속 지켜왔다는 것이다. 놀 만큼 놀아봤다는 그의 노랫말로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금욕적 삶이기에 후배 가수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까지 큰 울림을 주었다. 이번에 그가 거둔 성공은 이렇듯 철저한 자기관리와 무관하지 않다. 대중은 천박한 그의 노랫말이 썩 마음에 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색깔을 유지하며 늘 새로운 무대를 꾸리려는 박진영의 자기계발 의지에 환호를 보낸 것이다. 


박진영식 자기계발 담론과 우리 시대 시민 윤리


실제로 대중은 박진영의 말과 생각에 대해 그리 호감을 느끼진 않는다. 〈K팝스타〉 심사를 보면서 그가 반복적으로 참여자들에 했던 조언, ‘공기반 소리반’ ‘말하듯 노래하라’ ‘진정성을 담아라’ 등은 많은 조롱과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여전히, 그의 심사평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보다는 혹평의 대상이다. 마찬가지로 대중은 여자의 엉덩이를 유독 좋아하는 박진영의 남다른 시선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하지만 어느덧 그의 말은 유행어가 됐고, 노래는 흥행하고 있다. 순진할 만큼 일관된 그의 모습은 흔쾌히 수용되지는 않을지언정 독특한 색깔로 인정받는다.


자기 서사화에 능숙한 박진영은 대중의 이런 심리를 영리하게 잡아낼 줄 알았다. 그는 한 토크콘서트에서 여자 엉덩이에 대해 노래한 것을 두고 ‘이상할 수 있는 권리’라는 말로 의미화했고, 그 권리를 얻기 위해서는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노래도 못하고 춤도 못 추는 가수가 여자 엉덩이에 관한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면 그것은 객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다. 환영받지 못하는 자신의 성적 취향을 노래하기 위해선 혹독한 자기관리라는 의무를 짊어져야 한다는 게 박진영식 자기계발 담론인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박진영의 부박한 노랫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힘을 얻지 못했다. 건전한 시민 의식과 상식을 동원하여 박진영의 문제적 관점을 비판했지만, 오히려 그런 비판은 훈장님의 훈계질처럼 받아들여지기까지 했다. 이는 비판의 내용이 틀려서가 아닐 것이다. 〈어머님이 누구니〉에는 분명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대중은 환호했다. 이를 시민 의식의 후퇴나 상식의 붕괴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대중은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이상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한 박진영을 인정했을 뿐이다. 이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시민 윤리이다.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정재원 에디공 프로그래머, <복음과 상황> 15년 6월호에 게재.

  • ㅇㅇ | 2015.06.16 21:04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박진영식 성의식이 한국인터넷에 만연한 일빠 변태 로리 오덕후 아저씨보다는 나은것 같네요

    루리웹에 그런 아저씨들 많잖아요 그런 사람일수록 박진영 비난하던데

    적반하장 후안무치인듯 ㅉㅉ

    • 에디공 | 2015.06.17 10:41 신고 | PERMALINK | EDIT/DEL

      네~ 옳은 지적이에요!

    • E26187A | 2015.07.09 18:04 신고 | PERMALINK | EDIT/DEL

      이 글에는 박진영식 성의식이 뭔지 구체적으로 나와있지도 않고, 일빠/변태/로리/오덕후/아저씨 및 개저씨는 서로 별 연관성이 없는데다 역시 이 글에도 언급되지 않았는데 뭐가 옳은 지적이냐? 박진영 혹은 위에 언급된 부류의 성적 취향이나 가치관에 정통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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