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라이닝 플레이북’ - 빈말 그만, 돌직구로 승부! 향유/Movie 2013.04.02 12:10



영화 소개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흥미롭고 요상한 로맨틱 코미디로 호평을 받았다. 여주인공 제니퍼 로렌스는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연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영화는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등 주요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감독은 쿠엔틴 타란티노, 폴 토마스 앤더슨과 더불어 선댄스 키드로 주목받던 데이빗 O. 러셀이 맡았다. 그는 뒤늦게 영화 <더 파이터>를 기점으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줄거리


팻(브래들리 쿠퍼)은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뒤 미쳤다. 그는 조울증과 과대망상에 시달리며 8개월 동안 정신병동 신세까지 졌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아내의 외도로 인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는 쓰레기 봉지를 뒤집어쓴 채 조깅을 하는가 하면, 소설 『무기여 잘 있어라』를 읽다가 해피엔딩이 아니라며 새벽녘에 자던 부모를 깨워 항의하는 민폐 캐릭터다. 


한편 여자 티파니(제니퍼 로렌스)는 남편과의 사별 후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직장 동료 남성 모두와 잠자리를 했고, 결국 들통 나 해고됐다. 영화는 이 둘의 만남과 사랑의 과정을 직설적이고 유쾌하게 다룬다. 둘은 첫 만남부터 서로의 상처를 후벼 파는 이야기를 예사롭지 않게 하며, 급기야 댄스 경연 파트너로까지 인연을 이어간다. 


정상인의 범주


이 영화는 한마디로 미친 남녀의 사랑이야기다. 일단 주인공 팻은, 그의 아내가 외도를 저질렀고, 그는 조울증과 과대망상으로 8개월간 정신병동 신세를 졌다. 여주인공 티파니는 남편과의 사별 이후 직장의 모든 남성들과 잠자리를 가졌다. 그녀는 병적으로 허전하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건, 주인공뿐만 아니라 나머지 등장인물도 모두 일반적이진 않다는 데 있다. 흔히 주인공의 병리성을 부각하기 위해 주변인을 정상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데, 이 영화는 그러한 도식을 깬다. 팻의 아빠는 스포츠 도박에 미쳐있고, 엄마는 헌신적이지만 자식들에 끌려다닌다. 티파니 쪽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언니는 스위트 홈에 병적으로 집착하고 형부는 직장과 아내 사이에서 노이로제에 시달린다. 누구 하나 정상적이지 않다. 


물론 팻과 티파니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비교적 괜찮은 축에 속한다. 모두 이상하지만, 그 안에도 우열이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서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이 생긴다. 사실 정도의 차이 문제인데도 말이다. 이건 교회 안에서도 비일비재하다. 정도의 차이, 혹은 작은 차이에 대해 쉽사리 경건과 세속, 옳음과 그름을 들이댄다. 그리고 상대를 쉽사리 판단한다. 


하지만 영화에서도 묘사되듯이 이상하지 않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를 볼 때, 등장인물들의 상태는 비등비등하다. 적어도 데이빗 O. 러셀 감독의 세계에서는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은 사라지는 듯 보인다. 


상처라는 공통분모


미쳤다는 건,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상처가 있다는 걸 의미한다. 물론 일부 크리스천은 ‘쓴 뿌리’나 ‘죄’를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앞서 말했지만 팻과 티파니는 과거 부부 관계에서 이별과 사별의 아픔이 있다. 그리고 그 아픔이 둘의 삶을 괴롭히고 있다. 팻은 끊임없이 접근 금지된 아내와의 재결합을 시도하고, 티파니는 사별한 남편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무분별하게 성관계를 맺는다. 둘 다 상처 속에 허우적대며 곪아가고 있다. 


티파니는 “내가 너보다 낫다”고 말하고, 팻은 “너보다 내가 낫다”고 말한다. 우열을 가리기 어렵지만, 어쨌든 두 사람은 모두 상처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이 둘은 그 고통이라는 공통감각을 통해 연대한다. 처음 만나 우울증 약을 소재로 대화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묘한 쾌감이 발생한다. 


하지만 기독교에서의 상처는 극복의 대상이거나 죄의 쓴 뿌리 정도로 취급된다. 늘 밝고 경쾌해야 하는 조증적인 기독교 문화에서 상처를 통한 공감대를 말하기란 쉽지 않다. 행여나 언급한다손 치더라도, 회복된 상처이어야 한다. 도무지 동병상련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관계의 돌직구


게다가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일에도 민감하다. 그러다보니 빈말이나 겉치레 말들이 많다. 메일을 하나 보내더라도 본론으로 들어가기 위한 여러 절차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팻과 티파니는 다르다. 그들은 시쳇말로 '돌직구'를 구사한다. 첫 만남부터 팻은 티파니에게 남편의 사망 이유를 묻는가 하면, 티파니는 원 나잇 스탠드를 제안한다. 그리고 서로를 향해 ‘사이코’, ‘걸레’라는 표현을 거침없이 해댄다. 물론 두 사람은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그만큼 친근감도 커진다. 


교회 안에서 돌직구는 환영받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굉장히 예의 바르다. 하지만 그 예의가 거리감을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매주 얼굴은 보지만 가까워지진 않는다. 그런 점에서 <실버 라이닝 플레이북>은 허울뿐인 관계의 피상성을 깨고, 서로의 진실과 상처를 직면한다는 점에서 기독교인에게 유익한 자극을 준다. 


p.s. 위 글은 박샘의 위대한 수다 에피소드 5에서 다룬 이야기를 (내 멋대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방송을 들으시려면 여기를 클릭!  




'실버 라이닝 플레이북' - 경건의 모양 넘어 돌직구로! _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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