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빗 홀'과 '케빈에 대하여' 향유/Movie 2013.02.01 02:50


1
'아이'를 소재로 한 전혀 다른 두 영화를 봤다. 
하나는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의 <래빗 홀>이고 
다른 하나는 린 렘지 감독의 <케빈에 대하여>다. 

솔직히 <래빗 홀>은 다소 밋밋했고, <케빈>은 충격적이었다. 
전자가 아이를 잃은 부부의 이야기라면, 
후자는 아이가 괴물로 태어난 부부의 이야기다.

둘 다 고통에는 아무런 연고가 없다. 
하지만 아이에게 일어난 일은, 혹은 아이가 저지른 일은 결국 부모의 책임이다.
특히 엄마가 그 책임을 떠안는다. 

두 영화 모두 좋은 배우가 좋은 연기를 해줬다. 굳이 우열을 가리자면
<래빗 홀>의 니콜 키드만 보다는 <케빈>의 틸다 스윈턴의 손을 들어주겠다.

니콜은 상실 이후를 연기하였고, 틸다 스윈턴은 악몽의 현실을 살아갔다.
니콜은 새로운 시작이 가능했지만 틸다 스윈튼은 생생한 악몽을 껴안고 살아간다.
개인적으로 틸다 스윈턴이 더 힘들었을 거 같다. 그래서 그녀에게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2
존 카메론 미첼은 <래빗 홀>에서 종교의 문제를 무시한다. 그러니까 신은 일찌감치 싸움의 대상이 못된다. 니콜 키드만이 아이를 잃은 부모들의 모임에서 모든 것이 주님의 뜻이라는 말을 참아내지 못하고 뛰쳐나가는 장면이 그렇다. 마치 그런 생각은 시대착오적인 것처럼 다뤄지며 그 문제에 일체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것은 <케빈에 대하여>에서도 마찬가지다. 악마로 태어난 아들에 대해, 신에게 불평하거나 원망하는 장면 따윈 나오지도 않는다. 

<래빗 홀>이 실망스러운 건 그 해결책이 고작 평행우주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는 슬픈 버전의 나일 뿐 다른 곳에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살거라는 것이다. 반면 <케빈에 대하여>는 섣불리 해결책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어둡고 무거운 (모자지간이라는) 필연을 말할 뿐이다.

오늘날 고통의 문제로 여전히 신과 힘겨운 싸움을 한다는 건 도대체 어떤 것일까? 우리는 그분에게 여전히 고통의 의미를 묻는걸까? 아니면 책임소지를 따지는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문제 해결사로서 그분을 부르는 걸까? 

고통의 의미, 고통에 대한 책임, 고통의 해결... 이것들이 여전히 신에게로 수렴되는 신앙습관 속에서 나는 도대체 어떤 말을 해야 하는걸까? 

예수는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와 "다 이루었다"는 두 말의 간극을 어떻게 뛰어넘었던 걸까? 전자의 문제가 해결되었기에 후자의 고백이 가능했던 걸까? 

사실 우리의 합리적 이성으로는 두 말이 동시에 존재하기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를 버리시지 않았으며 그분이 고통의 의미를 알게 하신다고 믿거나, 아니면 그분을 믿지 않기로 선택한다.(여기서 믿지 않는 다는 건 두 가진데, 하나는 더욱 기도하고 말씀을 읽되 더 이상 기대를 가지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을 떠나는 전형적인 도발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저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을까? 결국 중요한 건, 어떤 대답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나'라는 사람의 맥락에 있지 않을까? 그 문제를 어떤 맥락에서 읽어내느냐에 따라 우리는 고통을 비참하게도 받아들일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담담하고 과장되지 않게 받아 들이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래빗 홀>의 니콜 키드먼은 평행이론이라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고통을 새롭게 의미화를 해낸 것이기에 희망적이다.(하지만 그점이 이 영화의 한계라고 생각한다.) 반면 <케빈에 대하여>의 틸다 스윈턴은 확실히 후자에 속한다. 우리가 볼 땐 너무 끔찍하고 가혹한 운명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틸다 스윈턴의 태도를 지지한다.) 

각자의 (해결책이 아니라) 맥락이 있을 것이다. 누구는 한 아이의 엄마라는 맥락이, 누구는 사랑이라는 맥락이, 누구는 그저 살아내야 하는 맥락이 말이다. 누구에게도 어떤 맥락도 비교적 쉽거나 어렵지 않다. 다만 각자의 맥락이 있는 것이다.

관람일: 2011. 12. 6 (씨네큐브) 

by 변칙녀
 

  • 조은컴퍼니 | 2014.07.25 16:30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세요, 공연제작사 조은컴퍼니입니다. 니콜 키드먼 주연의 <래빗홀> 작품을 이번에 연극으로 무대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8월 21일부터 9월 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 될 예정입니다.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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