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끝에 최악의 수를 던진 '나는 가수다' 향유/Media 2011.03.24 23:11

 



오늘 점심을 먹으러 들른 설렁탕집에서 주위에 앉은 20대, 30대, 40대 직장인들 모두 화제는 단연 주일 저녁 방송된 '나는 가수다'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연령이나 직장 모두 다른 사람들 같았는데 내용은 거의 동일했다.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진행과 내용이었다는 것. 최고의 가수들을 데리고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하는 것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는 차지하고라도, 첫번째 탈락자가 나오자마자 시청자는 물론 500명의 평가단에 양해도 구하지 않은채 임의로 룰을 고쳐 김건모를 구제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비난 일색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진행자 이소라씨의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는 미숙함, 후배나 시청자들에게 낯부끄러운줄 모르고 재도전을 선택한 김건모 최악의 선택 그리고 무엇보다 개념없는 제작진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동네 설렁탕집 손님들이 이럴진데 수백건의 관련기사와 각종 게시판 및 해당 가수들의 미니홈피 등에 쏟아진 비난의 목소리는 현재의 여론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 아닐까 한다.


한낱 예능 프로그램에 대체 왜 이토록 많은 이들이 분노어린 항의의 표현을 쏟아내고 있는 것일까?

여러가지 있겠지만 그 중 중요한 포인트는 공정사회에 대한 기대가 예능 프로에서조차 배반당한 참담한 심정이 아닐까 싶다. 소위 '공정사회'라는 이슈는 가장 공정치 못한 정권 중 하나인 현재의 정부가 내세운 주요한 기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미 느끼는 바와 같이 인맥, 혈연, 지연, 돈, 권력 등등의 능력 외적인 요소에 의해 출세와 성공이 결정되는 부조리가 요즘처럼 팽배한 때가 또 어디있었나 싶을 정도이다. 이런 와중에 진정으로 공정한 기준에 의해 정말 실력으로만 평가받을 수 있는 그런 사회를 향한 시민들의 욕망은 비례해서 커질수 밖에 없다.

헌데 심지어 예능 프로그램에서 조차 나름대로 여러가지 비판을 무릅쓰고 설정한 프로그램 성격의 핵심이 되는 기준을 소위 '짬밥'이라는 지극히 불합리한 기준을 들이대면서 뒤집어 버리는 현실에 시청자들의 쌓였던 분노가 한데 터져 나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김건모, 잘했다. 하지만 최고의 가수들의 경연장에서 못한 가수가 누가 있겠는가? 모두가 잘했지만 그들 가운데 김건모는 여타 가수들이 자신의 틀과 한계를 넘어서고자 다양한 편곡과 새로운 시도를 접목시켜 도전다운 도전을 감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적어도 그 가운데서는 가장 게으른 방식,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경연에 임했다. 결과는 최하위였고 이는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런데 이를 단지 립스틱 퍼포먼스 때문에 떨어진거다라는 식으로 '강변'하며 다시 한번 도전할 기획를 강제해 낸,또 그런 기회를 제의하고 허락한 이 모든 해프닝의 근저에는 최고 선배, 곧 '짬밥'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왜곡된 가부장적 위계가 뿌리 깊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반증해 보이는 것에 다름아니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고...그렇게 김건모와 제작진은 '악수'를 던지고 말았다.

문제는 그 피해를 고스란히 그 어처구니 없는 '악수'를 지켜봐야하는 시청자들이 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어제 방송은 '나는 가수다'에 먹칠을 한 최악의 결정, 최악의 방송이었다.


by 레미즈

  • 에디공 | 2011.03.25 16:21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1.
    김건모의 '립스틱 퍼포먼스'는 일종의 알리바이 같은 거겠죠. 사실, 누가 봐도 립스틱 퍼포먼스 때문에 떨어진 게 아니잖아요. 중간평가 때도 김건모는 7위였고요. 하지만 모든 출연 가수들이 서바이벌이라는 룰에 동의를 의식적으로 했음에도, 실제 누군가가(그것도 김건모 같은 대선배가!) 떨어졌을 때는 그들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가장 궁금한 건, 처음에 출연자들이 서바이벌이라는 룰에 동의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에요. 이 부분에 대해 속 시원하게 말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더군요. 그게 뭐였을까요? 인정욕망? 아님 죽음충동? 도대체 왜?

    2.
    그리고 시청자들이 분개한 이유는 '공정 사회'에 대한 기대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새로운 룰은 결국 모든 가수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주는 것으로 변경됐기 때문에 어느 정도 형편성이 유지됐다고 봐요. 물론 김건모가 아니라 다른 가수였으면 그랬겠냐는 입장에 봤을 때, 분명 공정성은 훼손됐고, 대중들은 '나는 선배다'로 패러디하는 거겠죠. 저는 다른 측면에서, 대중의 분노가 사디즘적 쾌락에 대한 배신에서 기인했다고 보고 있어요. '나는 가수다'를 시청하는 입장에서 가장 스릴 넘치는 부분은 '아니, 저런 사람도 탈락할 수 있구나'에 있는데, 처음부터 그런 (정상에 선 자의) 탈락/몰락에서 오는 쾌락을 주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시청자는 1박 2일과 같은 냉정하고 속물적인 PD가 그것을 집행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게 아닐까요? 나PD는 사실 공정한 PD라기 보다는 출연진들의 배고픔에 대해서도 전혀 개의치 않고 (사디즘적) 게임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피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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